최장집 석달도 못가 결별 선언… 날개 잃은 안철수 동력 잃은 세력화

입력 2013-08-12 17:56 수정 2013-08-12 22:10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았던 고려대 최장집(사진) 명예교수가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자신을 정치학자가 아닌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이라는 게 이유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하기도 전에 인재 영입 단계부터 한계를 드러낸 것이어서 독자 세력화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최 교수는 10일 안 의원의 연구소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안 의원에게 전달했다. 5월 22일 ‘내일’이 출범한 지 80여일 만이다. 안 의원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학자적인 양심으로 한 발언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왜곡하다 보니 힘드셨던 것 같다”며 애써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잇따른 유력 인사들과의 결별로 안 의원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멘토’였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 안 의원과 갈라섰고,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은 아예 ‘안티 안철수’로 돌아섰다.

정치권은 안 의원과 최 교수의 관계가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최 교수는 노동 및 진보 의제를, 안 의원은 중도 및 탈이념을 강조해 결이 달랐다는 것이다. ‘내일’ 창립식에서도 최 교수는 연구소 설립에 대해 “창당 수순”이라고 했지만 안 의원은 “정당, 선거와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최 교수가 “노동 중심의 진보 정당”을 주장한데 대해서도 안 의원 측은 “그건 최 교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끊임없이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야당 독일공부모임에서 최 교수가 평소 학자였을 때처럼 민주당을 비판하자 이를 듣고 있던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최 교수 및 안 의원을 향해 거세게 반박한 일을 겪은 뒤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 의원도 기자와 만나 “다선도 아니고 초선들이 집중 공격한 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안 의원이 ‘십고초려’까지 해 1호로 영입한 최 교수까지 떠나면서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안 의원의 인재 영입 및 신당 창당 로드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안 의원 측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의 세(勢) 확장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악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가 이탈자가 생길 경우다. 민주당 한 인사는 “사람을 끌어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튕겨져 나가는 건 최악”이라며 “창당도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