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이터 통신 보도 “GM,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서 점진적 철수”

입력 2013-08-12 17:37

5월 방미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거론해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국내 시장에서 점진적인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GM 본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가파른 인건비 상승이 예상돼 점진적 철수 결정을 내렸으며 이미 신차 생산에서 한국GM이 제외됐다고 전했다.

본사 측의 입장을 토대로 볼 때 국내 시장에서 철수키로 한 배경은 생산단가, 정치 문제, 노조 파업 등 크게 세 가지인데 결정적 요인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서울고등법원은 한국GM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추가로 8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한국GM 댄 에커슨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 투자를 계속할 테니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까지 읍소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 논란만 불러왔고, 소송에선 패했다. 지난 10년간 상승한 기존 인건비도 만만찮고, 수년간 이어진 원화 강세로 한국은 이미 ‘고비용 생산기지’가 됐다는 게 GM 측의 판단이다.

올해 한국GM의 노동비용은 자동차 대당 1133달러로 GM의 국제 평균인 677달러를 한참 넘어섰다. 여기에 북한 등 ‘한반도 리스크’와 지난해 노조 파업도 철수 결정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국GM 노조 측은 “저임금을 감수하며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놨는데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이를 억누르기 위해 철수로 엄포를 놓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여전히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은 한국이 전 세계에 수출하는 자동차 생산 물량의 2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GM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80%가 국외로 수출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