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훈무] 나눔의 진화, 프로보노

입력 2013-08-12 17:28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역할 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으며, 국민의 기대치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호감도(CFI)는 100점 만점에 48.6점에 불과하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40.9점으로 국민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투자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기업들 나름대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감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수혜자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전시 이벤트성 행동으로 국민들에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은 초기 각 기관의 경영평가를 위한 지표에 불과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조직에서 제도화되고 관리부서가 생기는 등 조직차원에서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성원들이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지식을 통해 소외계층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프로보노(probono)라고 한다. 본래는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공하는 무료 법률서비스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전문자격증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소외계층이나 필요로 하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프로보노 활동은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 받고 있다. 프로보노를 제공하는 구성원(프로보노 워커)은 나눔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데에서 나아가 자기계발과 전문성 함양에 힘쓰게 되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사회적 기여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사회공헌 성과가 높을수록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프로보노는 소외된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을 수행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일상적인 노력봉사와 기부활동 외에 수혜자 맞춤형 프로보노를 도입해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수출진흥, 유통혁신, 식품산업 육성 등 분야별 업무특색에 맞게 축적된 전문지식을 활용한 ‘1부서 1대표 프로그램’을 발굴해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T기업지원센터에서는 식품분야 전문컨설팅 인력을 활용해 영세 중소식품업체를 대상으로 무료 경영자문을 제공하고, 법정도매시장인 화훼공판장에서는 꽃가게 취업과 창업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올 7월에는 어학과 취미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과 재주를 가진 임직원들이 ‘aT 프로보노 봉사단’을 공식 발족했다. 이에 따라 해외지사 근무 경험자와 어학전문 자격증을 가진 직원들이 지역 내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주 3회 외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들이 느끼는 보람과 만족감 또한 매우 크다. 앞으로 aT는 프로보노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관련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새롭게 확충해 구성원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함께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허훈무 농수산식품유통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