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약 73년째, 老부부의 인생 스토리… EBS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

입력 2013-08-12 17:39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EBS·13일 밤 10시45분)

요즘 대세라는 연상연하 커플이 강원도 양구군의 한 마을에도 있다. 손순복(88) 할아버지와 윤해운(90) 할머니. 9세, 11세에 처음 만난 이들이 백년가약을 맺은 지는 올해로 73년째다. 오래 열심히 살았다며 ‘장수부부상’까지 받았다.

손 할아버지 부부는 고추를 수확해 판매한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한 뒤 번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부지런히 일을 하는 이들 부부가 쉽사리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산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팔고 남은 고추는 평생 농사일을 하며 키운 일곱 남매에게 택배로 보낸다. 아직도 자녀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이들에겐 삶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작은 일에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비료 사오는 걸 빼먹어 할머니를 화나게 한 할아버지는 그래도 눈치껏 새참을 준비하고, 고추 포장을 잘못했다며 화를 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일을 돕다보면 어느새 다시 다정한 부부가 된다.

농사일을 마치곤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데이트에 나서는 부부. 짜장면을 먹으며 김치를 올려주고 꼭꼭 씹으라고 말하는 부부. 세월의 흔적이 남은 얼굴이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가장 예쁘다고 수줍게 말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다정한 모습에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 쏠린다. 73년째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이들 부부는 “그날 쌓인 감정들을 그날 풀어내는 것이 우리 사랑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