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방치하면 눈에도 중풍 온다
입력 2013-08-12 17:13 수정 2013-08-12 19:49
망막혈관폐쇄증은 눈 안에서 카메라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망막의 혈관이 막히는 바람에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과 발병 과정은 물론 원인까지 유사해 속칭 ‘눈 중풍’으로 불린다. 망막 내 동·정맥에 모두 나타날 수 있으며,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 위험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조성원 교수는 12일 “최근 서구식 생활습관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과 같은 대사 이상 증후군 환자가 증가하면서 망막혈관폐쇄증 환자도 덩달아 느는 추세”라며 “젊은이라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망막혈관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교수의 도움말로 망막혈관폐쇄증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조 교수는 19일 오후 3시 김안과병원에서 열리는 ‘해피아이 눈 건강강좌’에서 같은 주제로 강연한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안 보인다=망막은 안구의 안쪽에 위치한 얇은 막으로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카메라 필름에 해당)이다. 이곳엔 영양을 공급하는 수많은 실핏줄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 일부가 막히면 시력이 떨어지고 위치에 따라 해당 시야도 가려지게 된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동맥으로부터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정맥을 통해 각종 노폐물이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이 흐름이 차단되면 조직은 급속하게 망가진다. 눈 속의 혈관, 특히 망막혈관도 마찬가지다.
망막혈관폐쇄증은 동·정맥 구분 없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망막 중심부를 통과하는 동맥이 막히는 ‘망막중심동맥폐쇄증을 경계해야 한다. 왜냐 하면 갑자기 눈앞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깜깜해지면서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24시간 안에 빨리 혈류를 재개시키지 않을 경우 본래 시력을 되찾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우리의 눈은 보통 맥락막과 망막중심동맥의 이중 혈액 공급 루트를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데, 망막중심동맥이 막히게 되면 즉각 피가 통하지 않게 돼 망막이 빠르게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당뇨 등 대사 이상 증후군이 주 원인=사실 망막혈관폐쇄증은 흔한 병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양쪽 눈 모두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병 등 혈액순환장애를 동반하는 대사 이상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나이가 60대 초반을 넘어선 남성이라면 망막혈관폐쇄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망막혈관폐쇄증은 60세 이상 남성의 대사 이상 증후군 환자에게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망막혈관폐쇄증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은 혈전에 의해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증 발생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일단 망막혈관폐쇄증이 있다는 진단이 떨어지면 지체 없이 막힌 혈관을 뚫어 망막 내 혈류를 재개시키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망막혈관에 혈관확장제, 혈전용해제를 직접 투여, 혈류를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재발 및 예방을 위해선 고(高)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사 이상 증후군을 피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금연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주 3회 매회 30분 이상 등에 땀이 밸 정도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며 “갑작스런 혈압 상승이나 과로, 급격한 기온변화도 혈관을 위축시켜 폐쇄증을 유발하는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