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짝퉁 먹거리
입력 2013-08-12 17:33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에 밀려 길거리 간식 순위에서 뒤처지긴 했지만 국화빵, 붕어빵은 여전히 인기 있는 먹거리이다. 붕어빵보다 배 가까이 큰 잉어빵은 한 개만 먹어도 허기를 달랠 만큼 양이 넉넉하다. 풀빵으로 통칭되는 이들 빵은 묽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어 굽는다는 것과 이름과 달리 빵 속에 국화, 붕어, 잉어가 들어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모양새를 보고 먹거리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런 예는 드물다. 현미로 밥을 지으면 현미밥, 잡곡을 넣으면 잡곡밥이라고 하듯이 대체로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 짓는 게 보통이다. 손칼국수처럼 이름만 들어도 조리 과정이 연상되는 먹거리도 있다.
그러나 요즘 특정 음식의 유명세에 빌붙어 전혀 다른 재료를 넣고는 버젓이 그것인양 판매되는 정체불명의 짝퉁 먹거리들이 도처에서 판을 치고 있다. 도가니는 소의 뒷다리 무릎 부위를 일컫는다. 이걸 넣고 국물을 우려낸 도가니탕은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한 영양 만점의 보양식이다.
도가니는 소 한 마리를 잡아도 양이 얼마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많은 식당들이 꼼수를 쓴다. 도가니 대신 그와 비슷한 맛을 내는 힘줄만 넣어 조리한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도가니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힘줄탕’을 도가니탕으로 알고 먹는다.
떡갈비도 마찬가지다. 떡갈비는 조선시대 왕이 즐겨 먹던 궁중음식으로 전해진다. 체면 때문에 갈비를 손으로 뜯을 수 없는 임금이 먹기 편하도록 소 갈빗살을 떡 모양으로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갈비에 붙은 살을 다져 양념한 뒤 갈비뼈에 얹어 구워야 그게 제대로 된 떡갈비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고 돼지고기, 닭고기 부산물 등 온갖 잡고기를 섞어 만들어 동그랑땡, 햄버거 패티보다 못한 짝퉁을 죄책감 없이 떡갈비로 파는 식당 또한 허다하다. 이에 비하면 기계로 반죽하고, 기계로 면을 뽑아내면서 ‘어머니 손맛 칼국수’라고 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은 먹거리에도 적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힘줄탕’ ‘잡고기 범벅’ ‘기계국수’ 등 짝퉁의 범람으로 원조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짝퉁 먹거리는 “불량식품이 아니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에서 빠져 있다. 먹거리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재료와 조리법을 고수하는 장인들을 위해서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