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北女들 마라톤 단체전 우승
입력 2013-08-11 19:36
김혜경-혜송 쌍둥이 자매를 앞세운 북한 여자 마라톤이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라톤 단체전은 공식 메달 집계에 들어가지 않는 번외 경기로 3명 이상 출전한 나라의 상위 세 선수 기록을 합산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이번에 여자 마라톤에서 선수 4명만 내보낸 북한은 11일(한국시간) 김혜경(2시간35분49초·8위), 김혜송(2시간38분39초·14위), 신용순(2시간39분22초·17위) 등 상위 세 명의 기록 합계 7시간53분39초로 미국(8시간7초), 리투아니아(8시간6분27초)를 제치고 우승했다. 마라톤 단체전에서 북한이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1997년 아테네 대회부터 집계한 이 종목에서 2003년 파리 대회 때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사실 북한 여자 마라톤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북한 대표팀을 이끌고 온 정성옥 단장이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다. 최근에는 김금옥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올해 홍콩 아시아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정 단장은 이날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체육 열풍이 불었다”면서 북한 체육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북한 여자 마라톤 선수들의 가능성에 대해 “인천(아시안 게임)과 리우(올림픽)에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보다) 더 잘해서 조선 사람의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 단장의 발언은 처음으로 참가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