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王실장’ 우려를 씻어라… 당·청 3인방 균형잡기 숙제

입력 2013-08-11 19:15 수정 2013-08-11 22:43

청와대가 원로 친박(親朴·친박근혜)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청와대 우위의 당청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당청관계는 결과적으로 양자 모두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등 여권 3인방이 어떻게 균형 잡힌 당청관계를 만들어 내느냐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셈이다.

지난 8일 임명장을 받은 김 실장은 벌써부터 ‘왕 실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경력과 연배, 박 대통령의 신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황 대표의 서울법대 선배이고, 2005년 여의도연구소 소장 시절에는 최 원내대표가 그 밑에서 부소장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당청관계에서 주도권을 계속 잡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청와대 의존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 실장과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최 원내대표 간 호흡이다. 최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신임이 크신 분”이라며 “합리적이고 업무장악력이 뛰어나 당과 소통이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 원내대표 입장에서 김 실장은 전임 허태열 비서실장과 비교해 ‘덜 편한’ 상대다. 김 실장은 나이가 우선 16살이나 위다. 또 허 전 실장과는 17대와 18대 국회에서 함께 일했지만, 김 실장과는 공식적으로 17대 국회에서 손발을 맞춰본 게 마지막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은 공식적인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황 대표나 최 원내대표에게 깍듯하게 할 것”이라며 “다만 조용한 성품을 가진 허 전 실장과는 성격이 달라 일처리 과정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과 최 원내대표가 ‘개국공신’으로서 통하는 게 많겠지만 사안에 따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 청와대 견제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독자적인 정치 영역을 확보해야 하는 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달갑지 않다. 너무 찰떡궁합을 보여도, 그렇다고 파열음이 커도 안 되는 당청관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가라테) 8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어당팔’ 황 대표의 역할이 주목된다. 보수강경론자인 김 실장과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최 원내대표가 대야(對野) 관계를 놓고 삐걱댈 경우 황 대표가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주 여야 대치정국에서 3자 회담 카드를 던져 논의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세 사람의 리더십은 벌써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여·야·청 회동 성사 및 대치정국 해소, 세제개편안 논란 해법 마련 등 현안이 대기 중이다. 특히 세제개편안의 경우 김 실장이 임명된 이후 사고가 터졌고, 당위성을 주장하는 청와대와 달리 새누리당이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