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100일, 천막당사서 朴정부에 대립각

입력 2013-08-11 19:17 수정 2013-08-11 22:44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취임 100일을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맞았다. ‘합리주의자’로 불리는 그가 장외로 나선 지도 11일째다.

김 대표는 주말마다 열고 있는 국민보고대회에 대해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기를 나타냈다.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 속에서 진행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소매를 걷어 올렸고 여러 번 땀을 훔쳤다. 그러면서도 “날이 갈수록 오히려 힘이 난다. 아플 자유도 없고, 권리도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0일에 대해 “민주주의, 민생을 움켜쥐고 나가고 있고 정당혁신 정치혁신에 대해서도 꾸준히 하나하나 성과를 내왔다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 대해선 “변한 게 없다”며 “대통령의 알현을 앙망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보고 만나달라고 광장에다 텐트 친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외투쟁과 관련, “장외투쟁이 아니라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며 “다만 지금 우리는 장외 쪽에 평소보다 상당한 무게를 두고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설정해서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국회를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간 분은 야당 대표 시절의 박 대통령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두 차례 실시한 대국민 보고대회에 대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큰 규모의 대국민보고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그간의 성과로 당의 ‘을(乙) 지키기’ 활동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꼽았다. 특히 전 당원 투표로 정당공천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강경파에 이끌려 장외투쟁에 나섰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선 “당내 모든 목소리에 귀를 열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 우리 당이 가야 할 바라고 생각되는 결단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날은 김 대표의 부친인 고(故) 김철 통일사회당 대표의 기일이기도 했다. 간담회에 앞서 경기도 파주의 묘소를 다녀온 김 대표는 “총칼에 맞서 싸운 아버지에 비하면 김한길은 행복하다.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회의원 연금 폐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정치 혁신을 이끌고 ‘을 지키기’ 활동을 통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입법했다는 점은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국정조사,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등에서 기민한 대응이 부족하고 호재 국면에서도 수세에 몰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또 이 과정에서 지도부와 친노(친노무현)·강경파와의 이견이 노출되는 등 계파정치의 부작용도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