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관 개혁조치는 스노든의 승리”… 오바마 “감시프로그램 관리·감독 강화” 발표
입력 2013-08-11 18:49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조치 발표를 두고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승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동안 안보와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면서 “대통령인 내가 이런 (감시)프로그램에 신뢰를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국민이 신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직속 인권감시위원회(PCLOB)와 국가안보팀에 관련 법·제도의 검토를 지시했다고 소개한 뒤 4가지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9·11테러 이후 테러 및 범죄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시민 자유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한 ‘애국법’ 가운데 전화기록 수집 조항 등에 대한 개정을 의회에 촉구했다. 또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허가권을 가진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개혁을 통해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정보기관들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개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들 기관의 감시프로그램을 관리·감독할 외부 전문가 패널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로서 스노든을 지원 중인 줄리언 어산지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스노든이 거둔 일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어산지는 “개혁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미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스노든에게 빚을 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인터넷판에서 오바마의 정보기관 개혁과 관련,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대통령은 당연하고 때늦은 개혁 조치를 선언하면서도 이러한 개혁을 가능하게 한 사람(스노든)은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스노든의 행동이 질서정연하거나 합법적이진 않았을지 몰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개혁들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면서 ‘스노든 효과(The Snoden Effect)’라고 평가했다.
한편 갤럽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2011년 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오바마가 정보기관 개혁조치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9일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1%,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50%였다고 갤럽은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