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용도 폐기되는 ‘한 자녀 정책’

입력 2013-08-11 18:49


“아이는 적게 낳고 돼지를 많이 기르자.” “피바다를 만들지언정 한 명도 더 낳지 못한다.” “가정이 파탄 나더라도 나라가 망할 수는 없다.”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난무했던 살벌한 구호들이다. 이 정책이 ‘계획 생육(生育)’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무자비하게 추진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둘째 아이를 임신한 주부가 공무원에게 끌려가 강제 낙태를 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한 자녀 정책을 어겨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혜택도 받을 수 없는 ‘검은 아이’도 생겨났다.

독생자로 태어나 응석받이로 길러진 ‘소황제’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의 입대가 늘어나면서 군대 내 군기 위반도 크게 증가했다. 친·외가의 조부모 4명과 부모 2명의 사랑이 아이 1명에게 집중된 소위 ‘4·2·1현상’의 결과다.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 재검토에 나섰다.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위생계생위)가 ‘단독 두 자녀(單獨二胎·단독이태)’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단독이태란 부모 중 한쪽이라도 독자일 경우 둘째 아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말한다.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지난 2일 “이르면 연말부터 단독이태 정책이 시범 실시될 예정”이라고 위생계생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러한 보도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그 뒤 위생계생위가 불끄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 정책이 ‘단독이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데 대해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12차 5개년 계획과 18차 당 대회 보고에도 이미 한 자녀 정책 수정을 의미하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정책 수정에 나선 것은 급속한 노령화와 노동가능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가능인구(15∼59세)는 지난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중국 사회과학원은 풍부한 노동력이 경제 성장에 보너스 요인이 된다는 ‘인구 보너스 효과’가 2015년을 고비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공산당은 1980년 9월 인구 증가 억제를 기본 정책으로 한다는 당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30여년, 산아제한 정책이 마침내 용도 폐기될 운명을 맞게 됐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