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연기 잘했다는 말 가장 듣고 싶어”… 영화 ‘감기’서 딸 구하려 분투하는 수애

입력 2013-08-11 18:43


올 상반기 방영된 SBS 드라마 ‘야왕’에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랑하는 남자와 딸까지 저버리는 주다해. 1999년 영화 ‘학교 2’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배우 수애(33)가 주다해 같은 악녀 역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딸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비정한 캐릭터를 선보인 그가 14일 개봉하는 영화 ‘감기’(감독 김성수)에서는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 거는 엄마 역을 맡았다.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수애는 ‘야왕’ 얘기부터 꺼냈다. “‘감기’ 촬영이 한창 중에 ‘야왕’을 찍었어요. ‘감기’에서 딸 역할을 맡은 박민하도 ‘야왕’의 딸로 제가 추천했고요.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갈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돼 당황했어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는 연기를 하다보니 악역의 이미지가 부각된 거 같아요.”

수애는 영화 ‘가족’(2004) ‘님은 먼 곳에’(2008)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등에서 외유내강의 여성상을 보여줬다. ‘감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병 후 36시간 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감염내과의사 역으로 열연했다. 직장을 다니며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발휘되는 모성애 장면이 눈물겹다.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인데 밤샘 촬영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호흡이 좋아 즐겁게 작업했어요. 딸 미르 역을 맡은 민하는 저를 진짜 엄마처럼 좋아하고 너무 예뻤어요.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내 딸을 먼저 살리겠다는 게 엄마의 본성이잖아요. 이기적일 수 있는 모성애를 잘 연기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영어완전정복’(2003) 이후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김성수 감독과의 인연은? “‘나의 결혼 원정기’(2005) 때 사석에서 만나 ‘언젠가 같이 한 번 하자’며 제의를 해왔어요. 수애가 하면 가짜를 해도 진짜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촬영 때는 감독이 철두철미하게 완벽주의자로 변해 무섭기까지 했어요.”

수애는 감독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요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리딩(읽기)할 때도 6㎜ 카메라로 촬영해 부담되는 거 있죠?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본보다는 자유로운 연기를 주문하더라고요. 소방서 인명구조대원 역을 맡은 장혁씨와 저는 대본을 보고 공부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대본을 버려두는 것을 공부했어요.”

바이러스 감염자를 격리시키고 살처분하는 등 영화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수애는 아이를 안은 채 달리고 또 달린다. 헤어진 딸을 다시 찾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힘껏 달려간다. “이 부분이 모성애를 드러내는 하이라이트에요. 스태프들도 소리를 지르면서 같이 뛰어줘 힘들지는 않았어요. 제가 초·중학교 때 육상 선수였거든요(웃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가 버티고 있고, 같은 날 개봉하는 손현주 주연의 ‘숨바꼭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기’의 흥행 싸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애는 “시사회 반응을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개봉 첫 주가 중요하다. 바람과 욕심은 크지만 일단 300만 관객 돌파 기념 미디어데이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C 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2002)의 조연으로 본격 연기에 뛰어든 지 10여년. 남자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고 싶어 하는 여배우 1순위다. “여태까지 운이 좋았어요. 모든 게 영광이죠. 준비를 더욱 많이 해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제부터는 좀 즐기면서 연기하려 해요. 다음엔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고요. 바빠서 결혼은 당분간 계획이 없습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