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증세 저항했던 朴, 증세 논란에 곤혹

입력 2013-08-11 18:18 수정 2013-08-11 22:40

박근혜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발하는 ‘조세저항’이 확산일로다. 청와대까지 해명에 가세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조세저항이 정권에 독(毒)이 됐던 역사를 생생히 지켜봤던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인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6년여 준비기간을 거친 뒤 신중하게 도입된 세제였지만 가뜩이나 억눌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2년 뒤 박정희 정권 몰락에 직격탄을 날린 부마민주항쟁에서 부가가치세 철폐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할 정도였다.

참여정부가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해 극심한 저항을 샀던 전례도 박 대통령에게는 반면교사다. ‘세금폭탄’으로 불렸던 종부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정권교체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이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그해 10월 재·보궐선거와 이듬해 지방선거까지 압승으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게 됐고, 결국 대통령이 되는 정치적 자산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 앞으로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박 대통령이 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에 대해 ‘트라우마’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 시곗바늘’은 돌고 돌아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증세 논란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에서 세수를 털어가는 세제 개편안은 분명히 증세로 인식되고 있다.

청와대는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주말 동안 아무 반응을 내지 않았다. 다만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관련 부처와 긴밀히 접촉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세제 개편안의 취지와 서민·중산층이 감세 혜택을 받는 대목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왔고, 더욱 낮은 자세로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이해와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호소는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만 주목받고 비판받았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재원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국정과제 달성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고, 조세저항을 체감했던 박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을 상대로 진정성을 담아 설득·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