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구형) 수입금지… 美, 국익 챙기는데 공정위는 ‘소송전’ 1년 넘게 미적
입력 2013-08-12 05:03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ITC는 자국 기업인 애플 감싸기에 나섰다. 반면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이 넘도록 애플이 삼성을 제소한 사건에 대한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월 삼성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3G(세대) 이동통신 관련 표준특허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제소했다. 이후 1년이 훌쩍 넘었지만 공정위는 아직도 기초자료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는 특허법과 경쟁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등 사안이 워낙 복잡한 데다 명확한 증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소극적인 태도로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국가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이 서로 특허 요율을 낮추기 위해 국가기관을 이용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미국은 적극적으로 ‘방어전술’을 펼치고 있다. ITC 리사 바튼 위원장대행은 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게재한 결정문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의 특허 4건 중 2건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고 해당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갤럭시S 등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은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은 다시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설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항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은 기업 간 분쟁을 넘어 한·미 양국 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이미 개별 기업 간 문제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일관성 없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될 경우 반미감정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