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돌싱 “여생 함께할 짝 찾습니다”
입력 2013-08-11 18:08
9년 전 남편과 사별한 A씨(53)는 지난 5월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 여생을 함께할 짝을 찾기 위해서다. A씨는 “이제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 40년은 더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혼자는 외롭기도 하고 자녀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 결심했다”고 말했다. 등록 후 3개월간 A씨는 업체에서 남성 10여명의 프로필을 받았다. 모두 이혼이나 사별한 50대였다. 그는 “우리 나이에 주변에선 짝을 찾기 어렵다”며 “업체에서 공기업 다니는 동갑내기 남성을 소개해 만나볼 계획”이라고 했다.
3년 전 아내와 이혼한 공무원 B씨(59)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지난달 재혼했다. 새로운 인연을 찾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큰아들이 적극적으로 결혼정보업체 등록을 권유했다. 홀로 된 아버지를 자식들이 충분히 챙기기 버거워 재혼을 권했고, B씨는 1년간 여러 사람을 만나본 뒤 남편과 사별한 지금의 부인과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C씨(54·여)씨도 3년전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 업체 소개로 남성 20여명과 만나본 C씨는 아내와 사별한 2살 연하의 대기업 직원을 선택했다. 두 사람 모두 자녀가 장성해 부담 없는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다 재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40∼50대 중년층이 늘고 있다. 길어진 평균수명, 높아진 이혼율, 그리고 가족 의식의 변화가 원인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황희주 팀장은 “5∼10년 전부터 중년 가입자가 조금씩 늘더니 지금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재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면서 자녀들 손에 이끌려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선우의 이용진 대표도 “10년 전 전체 회원의 3∼5%에 불과했던 중년층이 지금은 25%까지 늘었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 32만7000건 중 남녀 모두가 재혼인 경우는 3만7600건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했다. 또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건수의 26.4%로, 4년 이하 부부의 이혼(24.7%)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인생 후반전을 위한 중년의 만남에도 ‘조건’이 있다. 남성은 여성의 성격을,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을 우선적으로 살핀다고 한다. 자녀의 직업 역시 고려 대상이다.
황 팀장은 “중년 재혼에서 자녀가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는지도 큰 관심사”라며 “예를 들어 서른이 넘도록 직업을 찾지 못한 상황이면 상대방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중년층도 조건을 많이 따져 짝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