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비상” 전력당국 전시상황 방불
입력 2013-08-11 18:02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 위기를 눈앞에 둔 11일 정부와 관계기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전력위기 대책회의에서는 ‘위험’, ‘비상’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등 전력수급 위기에 대한 다급함이 묻어났다.
이날 대책회의는 당초 전력거래소에서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장소가 한국전력 종합상황실로 바뀌었고, 시간도 4시간이나 앞당겨졌다. 전력 수급과 관련한 상황 변화가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인 7935만㎾를 기록하며 전력 수요가 공급을 220만㎾ 초과했다. 수급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순간 예비력이 329만㎾까지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산업부는 12일부터 산업계가 휴가를 끝내고 정상 조업에 들어가는데다 장마 후 전국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전력수급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관측이다. 윤 장관은 “지난 5월에 하절기 수급대책을 마련했지만 상시대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게 됐다”며 “월·화·수요일 3일을 버텨야 하는데 비상한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14일까지는 전력수급 위기가 촌각을 다투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장관은 “수요일까지는 수급경보단계를 아예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경보를 보고 접속할 여유가 없을 만큼 비상이고 상황이 심각하니까 사전에 대응해달라”고 한전 지역본부장들에게 당부했다.
또 정부는 내부대책 마련과 함께 의무절전 규제 이행실적이 낮은 대기업 명단을 공개하며 절전을 독려했다. 산업부가 공개한 절전규제 위반 업종별 대기업 리스트에는 기아차(광명·광주·광산·오산), 현대차(전주·울산·아산)의 위반횟수가 3∼5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파주), SK케미칼(울산), 금호타이어(평택·광산·곡성) 등 20여개 기업이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으로 무더위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절전에 동참하는 대다수 국민을 생각할 때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대기업의 절전규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밤 가동이 중단됐던 한국동서발전의 일산 열병합발전소 전력생산은 하루 만에 재개됐다. 가스터빈 3호기(공급력 10만㎾)가 발전기 계통에 문제를 일으켜 가동을 멈췄다가 긴급 정비를 거친 후 11일 오후 2시쯤 정상화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