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자들도 “세금이 싫어…” 고강도 과세 피하려 국적 포기하는 해외거주자 속출

입력 2013-08-11 17:53

한국에서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이 거센 가운데 미국도 강도 높은 과세정책 실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해외에 살고 있는 갑부의 탈세를 막기 위해 세무 당국이 규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자 아예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해외거주 미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10일(현지시간) 미 연방관보국 통계를 인용, 올 2분기(6∼8월) 시민권과 영주권을 포기한 해외거주 미국인이 1131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189명)과 비교해 6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1분기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 ‘미국 국적 포기자’는 1810명에 달한다.

미국은 해외거주 시민·영주권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몇 안 되는 국가다. 매년 미 국세청에 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 문제는 당국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2010년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제정해 해외거주 미국인 탈세 단속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미국법인·미국인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회사에 미국인이 5만 달러 이상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미 국세청에 보고토록 한 것으로, 이를 지키지 않는 금융사는 미국과 금융거래로 발생한 소득의 3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신고 누락 당사자도 매년 해당 계좌 금액의 최대 5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예컨대 한국에 사는 미국인 A씨가 국내 B은행에 10억원을 예금하고 있다면 내년부터 B은행은 미 국세청에 이를 보고해야 하고 A씨는 ‘추가’ 소득이 신고되는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행은 내년부터인데 벌써 국적 포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atca 시행이 해외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온 영세 자영업자들에게조차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소한 세금신고 누락만으로 과징금 폭탄을 맞고 있어서다.

한편 영국에서는 ‘스타 요리사’ 고든 램지(46)가 수십억원대 탈세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일간 데일리메일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국세청이 입수한 램지 회사의 3년 전 세무조사 문건에는 “수백만 파운드대 규모의 탈세를 저지르고 숨긴 정황이 드러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램지는 미국을 오가며 각종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진행으로 버는 수익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세계 갑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