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스포츠와 도핑
입력 2013-08-11 17:34
올 들어 세계 스포츠계가 도핑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랜스 암스트롱(미국)을 필두로 사이클계의 만연한 도핑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으며 육상계 역시 타이슨 게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 스타플레이어는 물론 수십명의 선수가 도핑으로 자격이 정지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10여명의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올 시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선수들이 약물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을 최고로 발휘하도록 해 일시적으로 성적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명예와 막대한 부가 따라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스포츠와 상업주의가 결합되면서 세계신기록이나 올림픽 금메달은 수십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도핑은 단순히 현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고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경기 직전 양의 고환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스테로이드계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대 북유럽에서도 전사들이 싸우기 직전 몇 가지 버섯을 섞은 음료를 마셨다. 이 음료는 전사들의 힘과 체력을 몇 배나 높여주긴 했지만 자칫 미쳐버리는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했다.
원래 도핑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종교행사에서 흥분제로 사용된 독한 술’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1899년 영어사전에는 ‘말에게 사용되는 아편 혹은 마약성 약물의 혼합물’을 의미하는 단어로 등장했다. 실제로 도핑테스트는 1911년 오스트리아에서 경주마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다. 선수의 경우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도핑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도핑은 지금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대회는 선수들의 시료를 8년간 보관한 뒤 발전된 도핑 테스트 기술로 다시 한 번 검사한다. 실제로 올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따고도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지 않은 메달리스트 4명에 대해 최근 철저한 조사 끝에 메달을 박탈하기도 했다.
도핑은 찰나의 만족을 주겠지만 그 끝은 영원한 파멸이다. 선수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기본인 스포츠 정신을 죽이는 것이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