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줌마들 사로잡은 ‘삼총사’… 2000여 관객 기립박수
입력 2013-08-11 17:08
“준케이! 준케이!”
10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분카무라 오차드홀. 3층까지 가득 메운 관객 2000여명은 공연이 다 끝났는데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인공 준케이(2PM)의 이름을 외쳤다. 커튼콜도 끝나고 무대는 텅 비었지만 혹시 준케이가 다시 나올까 기다리던 ‘아줌마’팬들은 10여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섭섭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공연은 한국의 엠뮤지컬이 제작한 뮤지컬 ‘삼총사’를 일본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 준케이 신성우 김법래 민영기 서지영 등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노래를 하고, 일본어 자막이 나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비슷한 규모의 분카무라 오차드홀은 작품성이 검증된 공연만을 올리는 권위 있는 극장. 이곳에서 펼쳐진 ‘삼총사’의 첫 공연은 2000여 관객의 전원 기립박수도 모자라 10여분을 “준케이”의 이름을 부르게 만들었으니 대성공. 한편으로는 한류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아직까지는 아이돌 스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공연장을 찾은 50대 주부 가와다 가요코씨는 한국에서 ‘삼총사’만 50번 넘게 본 극성 팬. 그는 “한국 배우들은 노래를 잘하고 목소리가 좋다.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다. 특히 준케이의 팬인데 이번에 그가 나오는 공연 전체를 포함해 15회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이해심이 많아 한국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공항까지 데려다준다”며 웃었다.
30대 주부 하라 미와씨도 비슷하다. 지난 1년 동안 무려 한국 뮤지컬을 45회나 봤다며 작품 제목을 줄줄 읊었다. 그는 “서울까지 와서 공연을 보는데 항공료와 티켓 값이 만만치 않다. 내 수입의 20%는 한국 뮤지컬을 보는 데 쓴다”고 밝혔다.
일본 측 주최사인 ‘쿠아라스’의 마츠노 히로후미 국장은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상업적 전략으로 주효하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는 10대 후반인 주인공의 연령대에 맞으면서도 노련한 뮤지컬 배우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큰 무대 경험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공연을 보러 온 일본 관객이 작품이 좋으면 한국 뮤지컬의 팬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엠뮤지컬이 지난해 일본에 첫 진출한 ‘잭 더 리퍼’는 전체 뮤지컬 중 7위를 했다. 전 세계 공연시장 2위 규모인 일본에서 한국어 공연이 ‘톱 10’안에 들었다는 뜻. ‘삼총사’ 역시 첫 공연을 시작하기 전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 두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왕용범씨는 “삼총사는 일본에 이어 중국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우리가 지금 한류 뮤지컬의 실크로드를 닦고 있다고 봐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삼총사’는 체코 뮤지컬. 엠뮤지컬이 라이선스를 사들여 한국어 버전 공연을 만들었고 2009년부터 매해 국내에서 공연했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왕의 친위부대인 삼총사의 모험과 우정을 그렸다. 달타냥 역에는 준케이 이외에도 규현(슈퍼주니어), 이창민(2AM), 송승현(FT아일랜드) 등 한류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다. 24일까지 총 25회 공연된다.
도쿄=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