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종원] 우울한 미국 대학생
입력 2013-08-11 17:34
요즈음 한국의 대학생들만큼이나 미국 대학생들의 삶도 팍팍하고 우울하다.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고공행진의 대학등록금과 전에 없던 취업난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이 유학가길 제일 선망하고, 가계소득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미국의 대학생들도 두 번의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대학 학자금 마련과 졸업 후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것에 무척이나 힘겨워하고 있다.
소위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최대 고민거리가 학자금 대출 상환이라 한다. 웰스파고리타이어먼트가 22∼24세 1414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 베이비부머 대출비율의 2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또한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 상환이 가장 큰 우려라는 응답도 54%에 이르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미국의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갤럽의 한 조사는 학부모들 가운데 학비 지원 의사가 없거나 소액만 지원하겠다는 비율이 상승했고, 그중에서도 히스패닉계에서 그 비율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일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지원한 학자금 대출의 상환율이 겨우 40%에 불과하다고 보도하였다. 2010년 이래 연방정부는 대학생들에게 직접 학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정부 학자금 대출자 2780만명 가운데 재학 중이거나 유예기간이 있는 대출자를 제외하면 대출자의 5분의 1 이상인 22%가 채무불이행 혹은 일시적 지불유예 상태에 있다고 한다. CFPB 보고서 저자인 로힛 초프라에 의하면 3700만명의 연방 혹은 민간 학자금 대출자 가운데 적어도 700만명 정도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인 ‘스태포드 론(Stafford Loan)’의 대출 금리를 7월부터 인상 예정이던 6.8% 고정금리에서 10년물 미 국채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금 상환 부담을 완화해줬다. 그러나 향후 미 국채금리의 상승이 예견됨에 따라 대출이자의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어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는 학자금 부담이 가중되는 배경에는 침체에 빠진 미국 경기, 주정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감축, 각 가정의 주택담보대출 혹은 저축 감소 등이 있다. CFPB는 현재 연방 학자금대출 미불금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민간 학자금까지 포함하면 대출 미불금이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대출금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미국 납세자 전체의 부담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학자금 대출규모는 주택담보(모기지) 대출 다음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금 문제는 미국 경제회복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 일자리마저 찾기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던 과거의 모습은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부모에 얹혀사는 소위 ‘캥거루족’만 늘고 있다. 퓨(PEW)리서치센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8∼32세 미국 성인 중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36%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2%에 비하여 4% 포인트가량 높아졌고, 이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정부 학자금 대출의 수혜율과 규모는 미국 대학생들의 그것에 비하여 턱없이 낮다. 졸업 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학생 수도 상대적으로 적고, 그 규모도 크지 않으니 학자금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며 변변한 일자리도 못 구하고 부모에 얹혀사는 미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해야 하는 것인가?
이종원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