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거리에서 취임 100일 맞은 김한길 대표

입력 2013-08-11 19:27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5·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지 100일을 맞아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김 대표 스스로 매긴 점수는 후했다. “다사다난했던 정치상황을 헤치면서 뚜벅뚜벅 전진해왔던 100일이었다”면서 전 당원 투표를 거쳐 결정된 기초자치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 국회의원 겸직금지 법안 처리, 중앙당 개혁, ‘을(乙)지로위원회’ 활동 등을 성과로 꼽았다. 장외투쟁과 관련해선 “민주주의 없는 민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 전주와 충남 천안에 이어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장외집회에 대해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분간 ‘거리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정당·정치 개혁 문제들이 일부 해결됐다는 건 맞다. 그러나 그것도 따지고 보면 민주당이 주도했다기보다 여론에 등 떠밀린 측면이 많다고 하겠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반론이 더 있을 듯하다. 김 대표는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들었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경찰과 함께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민주주의가 훼손당했다는 김 대표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길거리로 나서기 직전까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중히 다루지 않았던 장본인이 바로 민주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이라는 과거사에 사로잡혀 새누리당과 쓸데없는 논쟁을 하느라 국정원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더욱이 논쟁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실종 사태로 번지면서 민주당은 곤경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수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장외투쟁에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적극 동참하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하야” “부정선거 원천 무효”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대표가 집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직접 연설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대선 불복’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제1야당이 국익과 국민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종의 ‘화풀이 집회’에 소속 의원들은 물론 지방의 당원들까지 대거 동원한 것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동정치, 협박정치, 대결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큰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정당 민주주의 실천, 정책정당의 면모 강화, 새로운 인사 영입 등 세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런 다짐과 장외투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