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국민 절전으로 이번 주 고비 넘기자
입력 2013-08-11 18:35
전력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살인적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면서 정부의 전력공급능력이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이번주 초가 최대 고비다. 12, 13일 이틀간 전력 공급능력은 시간당 7744만㎾인데, 최대 전력수요는 8050만㎾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여름 최고 사용량보다 300만㎾ 높은 것으로,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예비력이 180만㎾에 불과한 긴박한 상황이다. 자칫 2011년 9월15일의 순환단전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은 8500만㎾에 이른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1호기 등 원전 6기의 가동 중단으로 현재 전력 최대공급량은 7800만㎾를 밑돈다. 이 상태에서 발전기가 고장나거나 송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1일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자칫 발전기 한대만 불시고장이 나도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급력 10만㎾의 일산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3호기가 10일 고장나 가동 중단되는 등 전력난에 대처하는 전력공급기관의 자세는 안일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국내 발전용량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두 달 넘게 공석이다. 일부 발전사 사장 자리도 비어 있다. 최일선에서 전력공급을 책임져야할 기관장이 없으니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국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듣는 것이다.
블랙아웃은 막아야 한다. 전 국민이 전기를 아껴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차, LG화학, SK케미컬, 한화케미컬, 대한제강, 에쓰오일, 남양유업, 롯데칠성 등 20여개 대기업이 의무절전을 이행하지 않다 적발됐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전력대란은 피할 수 없다. 이 여름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난방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