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가장 중요한 사역
입력 2013-08-11 17:13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그의 비서 제인 웰쉬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 몇 년 뒤 그의 아내 제인이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칼라일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라 매일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고, 본의 아니게 병든 아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고 드디어 제인은 눈을 감았다. 아내의 장례식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칼라일은 섬뜩할 만큼 허전하고 텅 빈 분위기를 느끼며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해야 했다. 그가 아내의 방으로 올라갔을 때, 그는 우연히 아내의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어제 남편은 나와 한 시간이나 같이 있어 주었고, 나는 하늘을 날아갈 듯 행복했다. 나는 남편을 너무도 사랑한다” 이 글을 본 칼라일은 충격을 받았다. 자기 일에 몰두해 사느라 아내가 얼마나 자기를 필요로 했는지 몰랐던 것이다. 제인의 일기장을 넘기며 그는 또 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남편이 집으로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기 위해 하루 종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어두워졌구나. 오늘은 못 오는 모양이다.” 이 글을 본 뒤 그는 뛰쳐나갔다. 교회 마당에 있는 아내의 무덤 옆에 꿇어앉아 그는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내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칼라일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밀려오는 몇 가지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을 섬기는 사역 중 가장 중요한 사역이 무엇인가? 나는 과연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고 있는가?’ 사랑이란 만나고 싶은 열망이며, 교제하고 싶은 열망이다. 반대로 미움과 무관심은 만남과 교제가 필요치 않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교제와 만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블랙홀처럼, 같이 있어도 또 같이 있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 때, 그를 향한 최고의 봉사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교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했다. 황송하게도 하나님은 그 사랑의 대상을 천사가 아닌 우리, 죄인들로 삼으셨다. 황송하게도 하나님은 우리와 교제하고 싶은 열망이 뜨거우시다. 부족함이 없으신 하나님께서, 마치 우리와의 사귐이 없으면 부족하신 것처럼 우리를 필요로 하신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섬기는 사역 중의 첫 번째 사역은 그분께 얼굴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첫 번째 필요는 이것이다. 목회자의 첫째 사역은 교회와 성도들의 필요 이전에, 하나님의 첫 번째 필요를 채워드리는 것이다. 목회자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의 사역 역시 마찬가지다. 초대교회는 이 순서를 혼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그들에게 나타난 열매는 능력과 힘이었다. 힘과 능력이란 오직 그분과의 사귐의 열매다. 조용한 휴가 시간에 ‘돌아가야 할 제자리가 어디인가’라는 절박한 질문 앞에 나름대로 찾은 답변이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