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틈, SNS 시대의 그림자

입력 2013-08-11 18:35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참여와 소통, 표현의 기회를 확장시킬 수 있는 SNS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편 SNS의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스마트폰 중독은 개인문제나 가정문제를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문자 메시지가 소통의 주요 수단이 된 뒤 오프라인 만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SNS를 이용한 소통은 편리한 반면, 얼굴을 마주보고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던지는 경우 대화가 단절되기 쉽다.

며칠 전 지인과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중 갑자기 대화가 툭 끊어졌다. “요즘 통화한 지 오래되어 서먹한데, 터놓고 이야기 좀 해보자”는 나의 제안에 그는 “최근 확장한 사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데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대화를 중단하고 멀리 사라졌다. 순간 내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그의 일방적인 태도로 인해 몹시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잠깐 통화할 걸 그랬나 싶었다.

스마트폰의 카톡 기능은 매우 유용하지만 때로 좀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진중한 대화를 할 때나 서로에게 민감한 이야기, 또는 전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할 때는 한계가 있다. 많은 이야기를 생략한 채 짤막한 문장을 주고받다 보면 서로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 오해가 생기고, 이것은 곧 인간관계에 틈을 만들어낸다.

살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끔 틈이 생긴다. 친밀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왠지 거리감을 느낄 때, 믿었던 사람이 신뢰를 깨거나 무심코 던진 말에 마음을 다쳤을 때, 감정통장 잔고가 바닥났는데도 무심히 인출만 반복할 때…. 작은 서운함이 하나둘 쌓이다가 때로는 감정의 둑이 터져 홍수가 나기도 한다. 대인관계의 승패는 이 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운함이란 감정이 만든 틈은 처음에는 관계에 살짝 금이 간 정도였다가 하나둘 오해가 쌓이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특성이 있다. 서운함은 누구보다도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에게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 가까운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금이 살짝 간 찻잔을 우유에 넣고 삶으면 금이 감쪽같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틈을 메우는 좋은 처방은 무엇일까. SNS의 편리함 이면에 있는 대화 단절의 그림자를 보며, 마음과 마음 사이 틈을 메우는데 배려와 공감이 얼마나 소중한 덕목인지 새삼 되새겨 본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