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홍하상] “천년간 인절미를 구웠습니다”

입력 2013-08-11 18:30


교토는 1500년 역사의 고도(古都)이다.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교토에는 200년 이상 된 가게가 1600개나 되며 천 년 넘은 가게도 현재 6개가 영업 중에 있다. 일본 전체에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게는 2만7000개가 넘는다.

교토의 북쪽, 이마미야(今宮) 신사 앞에 천 년 된 인절미 떡 가게가 있다. 이마미야 신사에서는 매년 4월 두 번째 일요일 날, 야스라이 마쓰리가 열린다.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마쓰리이다. 이 신사에 바치는 물건 중의 하나가 아부리 떡이라는 구운 인절미이다.

바로 그 신사의 동쪽 문 앞에 있는 참배도에 두 곳의 떡 가게가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인절미 가게 중 한 집의 이름은 이치와(一和), 또 한 집의 이름은 가자리야라고 한다. 이치와는 천 년, 가자리야는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토 이치와 28대째 외길 고집

그중에서 원조는 이치와. 서기 1000년에 창업을 했다고 하니 올해로 1014년째를 맞는다. 현재의 주인은 하세카와 지요(68)씨로 28대째이다. 최근 이치와에 들른 것은 재작년 9월 1일 섭씨 38도를 웃도는 날이었다. 주인인 하세카와씨가 숯불을 끼고 앉아 땀을 흘리면서 인절미를 굽고 있었다. 곁에서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톱만한 인절미를 나무 꼬치에 꽂아 둥근 형태로 편평하게 누른 후 이러지리 뒤집어가면서 숯불에 1인분을 굽는 데 10분가량 소요되었다. 겉으로는 간단해보였으나 오랜 경험이 있는 솜씨라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숯불에 떡을 굽는 이유를 물었더니 떡의 비린내를 숯불이 잡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숯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일본에서 가장 비싼 와카야마현의 비장탄 숯이라고 한다. 비장탄 숯은 최고가인데, 숯 값이 올라도 반드시 비장탄 숯을 써서 구워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그것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윽고 떡이 다 구워지자 그 위에 조청과 흰 된장을 뿌려 달짝지근한 맛을 내게 해주었다. 그녀의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이렇게 구운 인절미 꼬치 1인분의 가격은 500엔. 매년 봄가을에 3000∼4000명이나 되는 여학생들이 이마미야 신사로 수학여행을 와서 이 떡을 먹고 가는데, 그 떡을 보는 순간 “정말로 교토에 왔다”고 말한단다. 그만큼 이 떡은 교토의 명물이다. 어떤 사람은 이 떡을 먹기 위해 20년 만에 다시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이 떡은 쌀가루로 만든 것이다. 그 쌀은 예부터 시가현의 하부타에 있는 도매상이 가져다준다. 하루 쌀 소비량이 40∼50㎏ 정도이니 적어도 하루 2000인 분은 파는 셈이다. 특히 교토의 관광철인 봄가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천년 가게는 또 다른 일본 국보

날도 더운데 인절미를 굽는 일을 종업원과 나누어서 하면 좀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의 등 뒤에서 떡을 굽는 것을 보고 자랐다. 땀과 눈물과 정성도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나도 정성을 다 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천 년 더 간다.”

떡 장사를 천 년간이나 해왔으니 돈을 좀 벌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니 “왜 안 벌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그 번 돈을 가지고 노년을 편하게 살지,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가 하고 다시 물었다. 대답은 이렇다. “그래봤자 떡 장사, 그래도 떡 장사다.”

남이 알아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 길을 간다는 대답이다.

그녀가 구운 떡 한 접시를 먹고 나오면서 이 인절미 가게는 보통의 떡 가게 아니라 또 다른 일본의 국보와 다름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 천년상인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홍하상 (논픽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