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큐 ‘블랙 가스펠’, “이 노래는 하나님을 향한 울음…”

입력 2013-08-09 19:34


힙합가수 양동근, ‘교회 오빠’ 정준이 뉴욕에서 가스펠 공연을 한다고?

배우 양동근 정준 김유미, 그룹 헤리티지가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독설가 음악 선생으로부터 블랙가스펠을 배운 뒤 현지에서 공연하는 과정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블랙가스펠’이 나왔다. CCM의 역사적이면서도 영적인 근원을 탐색하는 모습을 완성도 높은 영화로 그려냈다. 블랙가스펠은 14∼19일 열리는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국제경쟁 부문 후보작으로 초청됐다. 크리스천 다큐 ‘회복’과 ‘용서’ 제작사 히즈엠티선교회의 세 번째 영화다.

블랙가스펠의 본산인 미국 뉴욕 할렘. 브롱크스 지역 마운트헬몬교회로 양동근 무리가 들어간다. 예배가 있다고 했는데 꼭 파티장 분위기다. 성가대가 몸을 흔들어대며 단상으로 나아간다. 교인들은 일어서서 환호하고 춤을 춘다. 반주자 윌리엄 콜린스는 올해 80세. 이 교회에서만 50년째 사역하고 있다. 블랙가스펠을 현장에서 들은 배우들의 걱정이 시작된다.

‘과연 내가 블랙가스펠을 배울 수 있을까’, ‘흑인들이 우리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블랙가스펠의 소울은 과연 무엇일까’. 공연은 앞으로 한 달 뒤. 참여자들은 혹독한 블랙가스펠 수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들을 처음 맞은 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이승철,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 심사위원 못지않은 독설가인 여선생, 위다 하딩이었다.

하딩은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어머니이자 유명 가스펠 가수 시시 휴스턴의 1997년 그래미상 수상 음반 반주자로 참여했다. 블랙가스펠 반주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하딩은 참가자 한 사람씩 노래를 들은 뒤 쏘아붙인다. “왜 반주를 듣지도 않고 노래 부르냐”, “그 손짓은 도대체 무슨 뜻이야?”, “넌 목소리가 좋아. 그게 다야.”

하딩은 참가자들의 합창을 들은 뒤 선고한다. “너희 노래는 영혼이 죽었다(The soul is dead).” 기교는 있지만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하딩을 비롯해 음악 사역자 6명의 수업을 받고 노래 연습을 한다. 아홉 살 때 카네기홀 무대에 섰던 헨리 해리슨 목사는 힌트를 준다. “우리 노래는 하나님을 향한 울음이야. 노예로 팔려와 중노동에 시달리던 우리를 구원해달라는….”

양동근과 정준은 그 역사를 찾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여행을 떠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흑인들이 노예로 거래되던 찰스턴 항구. “우리 민요 한오백년에 담겨 있는 한(恨)이 블랙가스펠에서 느껴져.” 정준의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정준은 거리에서 프리 허그(free hug·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을 안아주는 것)를 한다. 그들을 느끼기 위해서다. “슬픔에서 노래가 시작됐는데 왜 이렇게 경쾌하죠?” 참가자의 질문에 블랙가스펠 연주자가 답한다. “블랙가스펠은 고통에서 나왔지만 우리는 희망을 노래해요. 가스펠은 예수님의 복음이기 때문이죠.” 고난과 희망의 공존. 공연 1주일 전, 참가자들은 다시 하딩 앞에 선다. 긴장된 표정이다. 다행히 하딩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항상 기쁨(joy)을 느낄 수는 있다. 그렇게 불러라.” 공연 당일 할렘스테이지. 200여석 규모의 관중석이 꽉 찼다.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크리스천 영화인들이 설립한 히즈엠티선교회는 이 영화를 3년 동안 기획하고 제작했다. 촬영은 지난해 2∼5월 미국 현지에서 모두 이뤄졌다. 김성권 대표는 “블랙가스펠은 우리가 담고 싶었던 것보다 더 많은 메시지가 담겼다”고 자평했다. 선교회는 10월 개봉을 목표로 다음달 말까지 블랙가스펠 개봉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선교회 계좌로 후원금을 입금하고 블랙가스펠 예매권을 받는 방식이다. 이임주 피디는 “영화 시장은 대형 제작사 중심이다. 문화선교 차원에서 교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010-4799-1031).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