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승훈] ‘낙동강 녹조’ 책임 전·현정부 선긋기

입력 2013-08-10 00:23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9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하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까지 했다. 낙동강 녹조와 관련, 그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윤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4대강 보로 인해 녹조 확산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지난달 25일 간부회의에서는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라 BAU(Business As Usual·인위적 조작 없이 평상시대로)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4대강 사업과 녹조현상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던 정부가 말을 바꿨고, 녹조 예방 노력 대신 상황이 더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하라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인위적으로 녹조가 생기지 않게 하면 원인이 묻혀버린다”며 “원인을 진단하려면 BAU 상태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MB 정부의 잘못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내놓은 참고자료에는 “MB정부에서 녹조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두려워해 강변의 녹조를 공무원들이 인력으로 걷어내 시각적으로 숨기거나, 상수원으로 이용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실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환경부가 MB정부의 비위를 고발한 셈이 됐다.

그러자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한 임무”라며 “공무원들이 녹조를 걷어낸 것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녹조 문제를 놓고 현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구성이 아직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논란이 정치적으로 비화되면 원인규명과 올바른 대처방법 모색은 어려워진다. 정부의 신중하고도 발 빠른 처신이 필요한 때다.

정승훈 정책기획부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