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고난] 아프간 피랍 6년… 해외선교 안전한가

입력 2013-08-09 18:31


단기선교 가세요? 준비는 길∼게

#지난달 라오스로 단기 봉사를 떠난 A씨(25·여)는 현지에서 샌들을 신고 다니다 발에 염증에 생겼다. 처음엔 단순한 상처인줄 알고 그냥 놔뒀으나 이틀이 지나면서 상처 부위는 점점 커졌고 통증이 심해졌다. A씨는 견뎌보려 했지만 약도 듣지 않는 데다 걷는 것조차 어려워 결국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A씨는 봉사를 떠나기에 앞서 사전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란 테헤란 공항은 지난해 2월 수십명의 한국인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청소년 7명을 포함한 총 51명의 한국인이 각각 다른 지방에서 경찰에 체포돼 공항으로 이송된 것이다. 이들 중 37명은 현지 경찰에 불만을 터뜨리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체포된 것은 비신사적 종교행동 때문이었다. ‘○○탐방팀’으로 소속을 밝힌 이들은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 주요 도시에서 길거리 전도를 하는 등 현지 문화와 어긋나게 행동해 경찰의 제재를 받았다.

아프간 피랍 사태 6년이 지나면서 이른바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선교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현지 문화와 관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전도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각종 질병과 사고 등의 위험에 대비 없이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9일 한국위기관리재단에 따르면 교회나 각 단체의 단기팀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사례는 안전사고다. 주로 교통사고나 질병, 익사, 범죄 등에 노출돼 있다. 위기관리재단이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2011년의 경우 총 64건의 위기가 발생했고 절반 이상이 사건·사고였다.

한국교회의 단기선교여행 인원은 연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대형교회의 경우 1000여명이 수십개 국가를 상대로 움직인다. 이들 단기팀의 출발지인 인천공항은 ‘선교사 파송’ 현장을 방불케 한다.

단기선교여행은 흔히 7∼10일 동안 해외 선교 현장을 방문해 다양한 봉사를 병행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활동으로 불린다. 현재까지도 많은 지역교회가 이를 ‘단기선교’로 부르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주일 남짓한 활동으로 무슨 선교가 되겠냐는 회의론이 많다.

이 때문에 보통 6개월에서 2년간 시행되는 단기선교와는 차별된 용어로 ‘단기선교여행’이나 ‘단기봉사’, ‘비전트립’이란 말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선교여행의 패러다임은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에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선교한국파트너스 한철호 상임위원장은 “관광과 수련회, 선교지 방문 등이 혼합된 게 지금의 단기선교여행 패러다임”이라며 “물량과 체험 중심, 여행활동은 빨리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OM선교회 한윤호 선교사는 “아프간 사태 이후 교회 단기팀이 안전과 위기관리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장기 선교사를 배출하거나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전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을 위해 교회가 1년간 준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아무리 짧은 단기선교여행이라도 장기적인 계획과 선교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교 관계자들은 아프간 사태 이후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단기선교여행이 집중되고 있는 양상은 뚜렷해졌지만 일부 단체나 교회들은 여전히 현지와 마찰을 일으키거나 준비 없이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름만 바꾼 땅밟기 형태도 계속되고 있어 선교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척선교회 도문갑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제 ‘단기선교’란 말을 1년 이상 선교지에서 활동하는 단기선교사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교회는 봉사활동과 분별 있는 행동으로 현지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