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회신문 일부 지각 발표 논란

입력 2013-08-09 17:52 수정 2013-08-09 22:34

통일부가 개성공단 관련 제7차 당국간 실무 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우리 측에 보낸 회신문의 일부 내용을 누락한 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렵사리 재개되는 7차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통일부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속내를 드러내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이 8일 우리 정부의 ‘14일 개성공단 회담 개최 수용’ 통보에 회신문을 보내면서 “(우리들의)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하루 지난 9일 뒤늦게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북한에 “어제 우리측이 접수한 북한 전통문의 일부 표현은 상호 존중의 자세를 벗어난 것으로 적절치 못했다”며 “7차회담에서 쌍방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북한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보낸 회신문에서 “남측의 통지문을 잘 받았고, 개성공단 7차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해왔다고 통일부는 전날 밝혔다. ‘찬물’을 운운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의 입장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전달한 뒤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의도가 있어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표현은 북한이 7차 개성공단회담을 개최하면서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크게 누그러뜨리지 않은 것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쟁점인 개성공단 중단사태의 재발방지에 대한 책임주체를 놓고 남·북한의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재발방지의 주체로 남과 북을 모두 포함시킨 기존입장은 유지했지만 지난 6차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빌미로 삼은 우리 측의 ‘정치적 군사적 행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일단 전향적인 자세로 나왔다고 봤다.

그러나 북한이 전날 연장근무를 요구하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이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 달라’는 경고성 발언이었고 이는 이번 회담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관계를 상식과 규범에 맞게 발전시키는 쪽에 초점을 두고 차분하고 묵직하게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어진 치열한 남북한간 신경전에서 통일부가 중요한 사항을 뒤늦게 공개해 결과적으로는 북측에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 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