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 대가 겸재가 그린 경복궁…
입력 2013-08-10 04:59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지금의 서울 인왕산과 북악산을 즐겨 그렸다. 이 지역의 명소 8곳을 그린 ‘장동팔경도(壯洞八景圖)’(개인 소장)와 경복궁·남산 등 한양 일대와 전국 곳곳의 풍경을 24폭 병풍에 옮긴 ‘백납병풍(百納屛風)’(고려대박물관 소장)은 겸재의 진경산수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희귀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14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고미술특별전 ‘한양이 남긴 흔적-한양유흔(漢陽留痕)’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표암 강세황(1713∼1791)이 발문을 쓴 ‘백납병풍’의 그림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경복궁도’다. 경복궁은 조선왕조의 정궁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고 겸재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빈터만 남아 있었다.
화면 왼쪽에 네모난 연못이 있고 그 뒤로 돌기둥이 보이는 것은 경회루 터이고, 아래쪽 가운데 돌무더기 같은 것은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의 폐허로 짐작된다. 근정전 등 각종 전각들이 자리한 곳에는 소나무만 무성하다. 고종 때 재건됐으나 일제 때 훼손됐다가 다시 복원 중인 지금의 경복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2부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겸재의 다른 작품 ‘사직노송도(社稷老松圖)’, 단원 김홍도(1745∼?)의 부채그림 ‘죽리탄금도(竹裏彈琴圖)’,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아들에게 그려준 ‘시우란(示佑蘭)’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또 세종의 어머니 원경왕후의 인장과 영조의 활쏘기 의례가 기록된 ‘대사례도(大射禮圖)’도 출품된다. 작가미상의 ‘왕세자두후평복진하도병(王世子痘候平復陳賀圖屛)’은 19세기 궁중 행사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출품작 대부분은 고려대박물관 소장품으로 대학 박물관과 상업화랑이 연계한 보기 드문 전시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선시대 최고 화가들이 왕조 500년의 흥망성쇠를 오롯이 담아낸 명화들을 서울시내의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