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대포통장으로 ‘이중 사기’

입력 2013-08-09 17:43 수정 2013-08-10 00:22

노숙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대출 사기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이용한 사기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9일 전국에서 노숙자들을 모으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대출금 1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차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8)씨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차씨 일당으로부터 사들인 통장으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서민들에게 8억37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허모(32)씨를 구속하고 이모(25·여)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차씨 등은 올해 1월부터 이달 2일까지 노숙자 10명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개인정보를 받았다.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잘못된 전화번호가 적힌 법인을 찾아낸 뒤 노숙자들이 해당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했다. 이 위조문서를 대부업체에 제출한 이들은 법인 번호를 대구 봉덕동 자신들의 사무실로 돌려 대부회사에서 재직확인 문의가 오면 일당 중 한 명이 응대하는 속임수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300만∼1900만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가로챘다.



한편 차씨 일당으로부터 50만∼60만원에 일부 통장을 사들인 허씨 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5일까지 대출회사를 가장해 153명으로부터 8억3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500만원을 예치하면 20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 햇살론 등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속여 노숙자 명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 받았다. 경찰은 같은 범행 수법을 쓰는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