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놀란 학부모들 “개학 연기” 요청 폭주

입력 2013-08-09 17:43

숨 막히는 폭염에 다음주 개학을 앞둔 일선 학교들에는 학부모들의 ‘개학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연일 폭염특보가 계속되자 관내 초등·중학교의 여름방학을 1주일 연장했다.

서울 A초등학교의 1학년 담임교사 이모(45·여)씨는 지난 8일 학부모로부터 “날씨가 너무 더워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없으니 개학을 연기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이런 전화를 받은 것만 이번이 세 번째”라며 “20년 가까이 교사생활을 했지만 무더위 때문에 학부모들로부터 개학 연기 요청을 받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푹푹 찌는 무더위와 그에 따른 불쾌지수 상승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개학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 B고등학교 박모(35) 교사는 “폭염 때문인지 여름방학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그렇다고 에어컨을 수업 내내 틀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학생이나 교사들이나 괴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학부모를 둔 김모(47·여)씨는 “이런 날씨에 교복까지 입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며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학교가 융통성 있게 개학 시기를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들은 “다음 주 기상정보를 주시하고 있다”며 “개학을 하더라도 학생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 학교에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황인호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