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熱國열차’ 같은 폭염사회… ‘버럭 분쟁’ 늘어난다

입력 2013-08-10 04:59


전국 곳곳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소한 시비가 폭행 등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기온과 습도 때문에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자신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이웃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문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문씨는 지난 4일 해가 저문 저녁 7시가 돼도 더위가 계속되자 속옷 차림으로 고시원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를 본 한 이웃이 공공예절에 어긋나니 옷을 입으라고 나무랐고, 문씨는 “날씨가 더운데 어쩌라는 거냐”며 이웃을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술에 취해 시끄럽게 행패를 부린 노숙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노숙인 최모(40)씨와 연모(42)씨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진 탓에 사소한 시비가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더운 여름철에 문을 열어놨다가 발생한 소음 때문에 이웃 간 갈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대구에서는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개를 때려죽인 혐의(재물손괴)로 같은 빌라 주민 A씨(44)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국민일보가 9일 대검찰청의 2012년도 범죄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폭행·상해 등 폭력범죄의 경우 전체 24만8247건 중 여름철인 6∼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6만8163건(27.5%), 가을 6만2883건(25%), 겨울 5만9275건(24%), 봄 5만7926건(23%) 순이었다. 살인·강도를 비롯한 흉악범죄 역시 전체 2만9248건 중 여름에 발생한 사건이 8479건(29%)으로 가장 많았다. 2011년도 마찬가지로 폭력범죄는 전체 23만9008건 중 여름에 6만2048건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25.96%) 2만7482건의 흉악범죄 중 7만5236건(27.39%)이 여름에 발생했다.



기온이 오를 때마다 범죄 빈도가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도 등장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3일 온도가 2도씩 오를 때마다 개인 간 범죄 발생률이 15% 증가하고, 집단 분쟁은 50% 이상 늘어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연구팀의 연구 보고서를 보도하기도 했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일수록 짜증이 쉽게 나고, 사소한 시비가 큰 범죄로 이어지는 까닭은 인간이 느끼는 불쾌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사량이 많고 기온이 높은 상태에서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에는 습도도 높아진다. 땀이 증발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야 하는데, 높은 습도 탓에 쉽게 증발 되지 않아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에는 열이 가득한데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불쾌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더운 여름철이 되면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이 나다보니 사소한 것에도 서로 시비를 거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더위와 범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을지 몰라도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여름철에 특히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