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폭탄 중산층 강타] 단계적 증세정책으로 가기 위한 첫 수순
입력 2013-08-09 17:32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은 명목적인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만 없을 뿐 사실상 증세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장기 저성장 위기에서 일단 조세저항이 작으면서도 ‘투명한 유리지갑’인 중산층 이상 봉급 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증가시켜 증세쪽으로 흐름을 틀어놓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이번 세법 개정으로 막대한 복지 재원 압박에 다소 ‘숨통’을 틔운 뒤 단계적 증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세법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저소득층은 세금 부담이 적어질 뿐 아니라 각종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 등 복지 정책의 수혜를 받아 실질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필요한 세수는 소득공제 방식 변화 등을 통해 중산층 이상으로부터 확보하게 된다. 명목적인 증세는 아니지만 정부로서는 실질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증세 효과를 누리게 된다.
정부가 중산층 이상의 조세저항을 감수하면서 이번 개정안을 만든 것은 단계적 증세로 가기 위한 수순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이번 개정안으로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 효과는 별로 없다”면서 “정부가 예고했던 세수 규모에는 상당히 못미치 는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만 가지고는 힘들다”라며 “어차피 증세 정책이 불가피한데 국민적 동의를 얻어가는 절차가 정교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점차 증세정책으로 가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산층의 불만에 대해서도 “전 정부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을 대기업과 고소득계층에 집중시켜 놓고는 이번에는 중산층의 부담을 늘리니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과거 세제혜택을 받았던 대기업 등에게 조금 더 걷고 중산층과 근로소득자에게는 일부 재원만을 요구했다면 불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는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되는 것이 맞다”며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될 경우 증세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에 대한 증세 배경에는 저성장 우려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부로서는 저성장 시기 기업 간 국제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법인세를 늘리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일단 소득세 등을 위주로 손을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면 세원을 넓히면서 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정부가 무리한 복지 공약을 손보면서 속도를 조절한다면 이번 세법 개정안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