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폭탄 중산층 강타] ‘근로자 28%만 더 낸다고?’… 평균 稅 부담 10명 중 8명 늘어
입력 2013-08-09 17:32 수정 2013-08-09 22:32
고액연봉자와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세제 개편 취지와는 달리 ‘세금 폭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소득 상위 28%만 세금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소득세 개편에 따른 계층별 평균 세부담 변화를 고려하면 각종 장려금 수령액보다 근로소득세를 더 많이 내는 10명 중 8명 이상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수확대를 위해 ‘유리지갑(봉급자) 털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이번 세제개편으로 세금 납부액이 늘어나는 계층은 연소득 3450만원 이상 434만명으로 소득 상위 28%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9일 세법개정안 자료를 토대로 계층별 평균 세부담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실질 근로소득세 납부자 10명 중 8명 이상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개편안의 산정 토대가 된 2011년 기준 근로소득자는 1544만7000명이다. 이 가운데 총급여 2000만원 이하인 798만3000명은 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평균 소득세액이 0원이 된다. 세제개편안은 총급여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인 231만5000명이 평균 6만원을 부담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들도 근로·자녀장려금으로 7만원을 지급받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총급여 2000만원 이하인 798만3000명을 더하면 산술적으로 근로소득자의 3분의 2 수준인 1029만8000명이 아예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전체 근로소득자의 3분의 1인 514만9000명만이 나머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총급여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인 158만9000명은 세법개정안에 따라 실질적인 소득세 납부 금액이 평균 2만원 줄어든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으로 세금 납부액 증가 기준선으로 3450만원을 꼽았다. 이 경우 자녀장려금이 지급되는 가구당 18세 미만 부양자녀 수와 소득구간별 인구분포 등을 고려하면 434만명의 세금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라 실제로 근로소득세를 내게 되는 514만9000명의 84.3%에 해당하는 수치다.
근로소득은 사업소득과 달리 세율에 따른 원천징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수를 확대하기로 마음먹은 정부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반면 정부는 중장기 조세개편 방향으로 시장친화적인 세제 구축을 내세우면서 법인세 감면을 시사하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끌어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집계한 면세자 비율 36.1%를 적용하면 근로소득세 납세자 중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비율은 43.9%”라고 말했다. 구간별 평균 세액이 0원이더라도 실제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산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안에 따른 1억원 이상 연봉자(총급여액 기준)들의 소득구간별 실효세율 상승분은 평균 1.5% 포인트 선에 이르러 4000만~7000만원 구간의 실효세율 상승분인 0.3% 포인트의 5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의료비와 교육비, 보장성보험료 등 특별공제를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고액 연봉자들이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논리이다. 다분히 중산층 목조르기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설명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