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맞은 샐러리맨들 ‘시한폭탄’으로… 타깃 징세 ‘부글부글’ 정국·票心 변수
입력 2013-08-09 17:27 수정 2013-08-09 22:12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전날 발표된 뒤 ‘조세저항’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샐러리맨의 울분’을 자극한 것이다.
특히 납세관련 시민단체들과 중산층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면서 9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반발이 더 확산돼 야권의 장외투쟁과 맞물릴 경우 국정혼란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봉급생활자들이 술렁거리는 것은 이전에도 ‘유리지갑’으로 불리며 세금 문제에 있어 가장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여겨온 자신들을 겨냥해 정부가 노골적으로 세금 확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감소 등의 조치가 담긴 이번 개편안으로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 이상 434만명이 연간 16만~865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됐다. 정부가 그동안 증세는 없다고 밝혀왔고, 또 설사 증세가 돼도 그 대상이 연봉 3000만원대 봉급생활자까지 포함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더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월 300만~400만원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부채와 가파른 물가인상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근근이 한달 한달 버티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아 이번 조치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리란 지적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로 불이익을 받는 봉급생활자들이 정치적 의사표출 욕구가 강한 중산층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에도 ‘넥타이부대’ 등으로 불리며 우리 현대사 흐름을 바꿔놓는 데 변곡점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이들의 반발이 조기 해소되지 못하면 자칫 ‘행동’으로 표출될 개연성도 있다.
민감한 세금 문제이자 또 선거에서 중요한 중산층 문제가 불거져나오자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번 조치는 중산층에 대한 정부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파장의 민감성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보완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여권은 민주당이 10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터진 악재여서 반발이 더 거세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이슈관리 및 정책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