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시대] 신선한 먹거리 파릇파릇 삶의 맛도 푸릇푸릇

입력 2013-08-10 04:01


그곳엔 아삭한 싱싱함이 있었다. 로컬푸드 직매장. 도시민들은 새벽에 갓 따온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어 좋고, 농민들은 안정된 판로를 확보하면서도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어 좋다. 상생의 창조경제는 이런 걸 두고 이야기하는 거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저렴한 가격도 맘에 들었지만 집에 가지고 온 채소의 신선함이 압도적이다.

식탁에 파릇파릇 싱싱함을 전하던 각종 채소들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아삭’ 하는 소리로 돌변했다. 향긋한 풀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고 난 뒤 질깃한 느낌 없이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모든 게 오늘 아침 갓 따온 신선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격의 로컬푸드, 인기 비결은 신선함

지난 6일 경기도 김포 북변동 ‘김포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았다. 간간이 소나기가 퍼붓는 궂은 날씨에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북 완주에서 돌풍을 일으킨 로컬푸드 직매장을 모델 삼아 지난 4월 수도권에는 처음 문을 연 직매장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개점 3개월여 만에 입소문을 타고 서울과 일산 등에서도 고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개점 첫 달엔 하루 평균 고객 288명, 매출액 34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엔 하루 418명이 찾아 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를 안고 매장을 찾은 김정미(31·여)씨는 “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직매장이 생겨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장점은 밭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진열대마다 생산자의 얼굴과 이름, 연락처, 농장주소 등 모든 정보가 적혀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장을 보러왔다는 60대 주부 김미순씨는 “가격도 대형 마트보다 제법 싼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1000∼3000원 정도로 가격이 매겨진 채소 1묶음이 대형 마트보다 10∼30% 정도 많은 양으로 포장돼 있다는 게 직매장 측의 설명이다.

새벽에 갓 따온 싱싱함, 가까워서 좋다

오전 11시쯤 농민 서재현(54·여)씨는 빨간 고무 대야에 갖가지 농산물을 담아와서는 진열대에 열심히 채웠다. 그는 “문 열기 전에도 새벽에 딴 것들로 채워놨는데 금방 동이 났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씨는 직매장과 같은 동네인 북변동에서 남편과 함께 깻잎, 상추, 고추, 오이, 가지 등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직매장이 들어서기 이전엔 아파트 단지 앞에 농산물을 갖고 나가 팔았다고 했다. 서씨는 “오늘은 어디에서 작물을 팔아야 될까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나도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농장이 직매장에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빈 진열대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비결은 매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에 있었다. 서씨가 자랑스레 앱을 구동하자 매장에 설치된 10여개의 카메라가 떴다. 그 중 서씨의 진열대는 9번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수시로 앱을 살펴보면서 부족한 농산물을 그때그때 채워 넣기 때문에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농민이 정하는 착한 가격

참외와 수박을 진열하러 나온 농민 강광모(51)씨는 가격 설정의 비결을 들려줬다. 농민 입장에선 공매장으로 물건을 넘길 때보다 10% 정도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일반 매장에서보다 25% 정도 싸게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강씨는 손바닥 크기의 참외 2∼3개 묶음에 5000원 가격표를 출력해 붙였다. 씨알이 좀 작은 개구리 참외 5∼6개 묶음은 2500원으로 책정했다.

그는 자신이 수확한 풋고추를 들어 보이면서 “채소만큼은 어디에서 구입한 것보다 더 맛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공매장에 출하할 때는 긴 유통기간을 고려해 좀 더 단단해진 뒤에 수확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은 팔리는 물량을 봐가면서 상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시기에 출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철을 맞은 토마토도 공매장에 출하할 경우엔 파랗게 익지 않은 상태에서 출하하면 유통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숙돼 빨갛게 익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직매장에 내놓은 농산물은 대부분 진열기간이 하루를 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맛이 있을 때 수확해 진열대에 올린다.

김포 직매장은 지난 4월 문을 열 당시엔 40여 농가가 70여종의 농산물을 출하했다고 한다. 3개월여가 지난 현재는 107농가가 농산물을 출하하거나 출하를 준비하고 있으며 매장에 진열되는 농산물도 130여종으로 늘어났다.

신선함 챙기고 소외계층도 돕는다

직매장에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두부, 순두부, 콩국 등 농산물 가공품도 눈에 띄었다.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시니어클럽에서 60세 이상 노인들이 생산한 물건이다.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를 만드는 콩국은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나타내며 시니어클럽에 월 10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려주고 있다. 김포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의 장애인들이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만드는 도자기에 심은 다육식물도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김포 직매장은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출하주 농장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직매장에 진열된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고 있는지 직접 농장을 방문해 눈으로 살펴 본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매장을 다시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인근에서 생산된 싱싱한 농산물을 구할 수 있어 미소를 지었고, 농민들은 안정된 판로를 확보하고 제값을 받으며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 웃음꽃을 피웠다.

김포=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