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정지훈 교수 “꿈같은 미래… 자녀에 혁신을 준비시켜라”

입력 2013-08-09 18:07 수정 2013-08-09 18:10


로봇이 모든 집안일을 처리하고 회사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업무를 보며, 유비쿼터스로 옷을 고르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꿈같은 미래다.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미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것인가,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인가.

최근 ‘내 아이가 만날 미래’(코리아닷컴)를 출간한 미래학자 정지훈(43·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교수를 만나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준비시킬 것인지 들어봤다. 그는 미래학자의 관점에서 “자녀들에게 미래를 전망하고 들려주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그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육에 관심이 많다. 특히 미래에 대한 글과 프로젝트, 강의 등을 많이 하다 보니 현재의 교육이 미래시대의 주역이 될 아이들 세대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기성세대가 교육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말도 안 되는 교육 시스템에 희생되고 있는 아이들을 구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부모들의 인식전환이 급선무란 생각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는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겠느냐는 물음에 ‘디지털’과 ‘연결’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세상을 바꿔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 공감의 힘이 발휘될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거대기업들도 이런 원리를 잘 이해하고 이를 생태계로 진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나눔과 공유, 협업과 같은 새로운 가치가 일반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의력 중심의 교육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성장하던 자본주의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는 미래의 변화를 대비해 ‘지식자산’을 많이 쌓는 것보다 ‘지식융합’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인재상은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가치를 알아보는 직관을 가지고 많은 사람과 협력을 잘해야 합니다. 여기에 여러 사람과 지식 등을 연결짓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는 미래의 인재상을 세분화해 좌뇌와 우뇌를 모두 활용해 넓고 많이 보는 ‘통섭형 인재’,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하는 ‘협업형 인재’, 가지고 있는 지식을 흘려보내고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인재’로 정리했다. 무엇보다 미래의 인재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널리 흘려보내고, 흘러들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교육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결정권은 부모들과 학교가 가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20년이 지나서야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아이들의 교육을 적어도 20∼30년 전에 교육받은 부모들이 감당해 교육의 시차가 70년 가까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를 예측하던 정 교수는 미래의 모습이 역설적이게도 초기교회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음을 발견했다. “개인의 소유보다 공유를 중시하고 공동체 생활과 네트워크의 힘을 바탕으로 세상을 주체적으로 변화시켜가는 모습은 초기 교회에서 추구했던 가치와 맥이 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정 교수는 초기교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이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서부에서는 이런 가치관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