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싼 선물 받고 군복 벗은 美 장성 사건의 교훈
입력 2013-08-09 18:33
한국 근무 당시 고가의 선물을 받은 조셉 필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의 불명예제대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필 전 사령관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주한 미8군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한 한국인으로부터 3500달러(약 387만원) 상당의 금장 몽블랑 볼펜과 가죽 가방을 받았다. 그의 가족 중 한 명은 한국인으로부터 3000달러(약 330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필 전 사령관은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해명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수순까지는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 후 진행과정을 보면 미국이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과 육군 범죄수사대는 필 전 사령관과 가족의 행위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방과 몽블랑 볼펜을 압수하고, 3000달러의 현금도 되갚도록 조치했다.
강력한 인사조치도 단행했다. 지난해 8월 미8군사령관 때보다 한 단계 강등된 소장으로 전역시켰다. 명예를 목숨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군인에게 톡톡히 망신을 준 것이다. 북한군과 대치 중인 한국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것을 비롯해 군문에서 쌓은 공로를 감안할 수도 있었을 텐데, 좌고우면하지 않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대가성이 없다고 넘어갈 수 있는데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30만 달러와 2000만원 상당의 외국산 고급시계를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비롯해 뇌물을 받은 공직자가 셀 수 없이 많다. 필 전 사령관이 받은 선물 가격과 우리 공직자의 뇌물수수액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김영란법안)도 알맹이가 빠진 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후진국 수준인 우리나라의 청렴도를 높이려면 국회가 김영란법안을 원안대로 고쳐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