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밀무역 여전히 성행
입력 2013-08-08 18:30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의 수도 로메. 지난 6일 토고 사법당국이 한 상점에 들이닥쳤다. 그곳에는 코끼리 70마리 분량에 해당하는 상아 700㎏이 있었다. 사법당국은 상아를 몰수하고 주인을 붙잡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에밀리 엔부케(58)는 상아 밀거래의 대부로 전설 같은 인물이었다.
1970년대부터 상아 밀거래를 한 그는 이 기간 도살한 코끼리만도 1만 마리가 넘었다. 상아 밀거래 단속이 심한 동아프리카에서 최근 서아프리카로 유통경로가 다양화되면서 엔부케는 이곳에서 붙잡힌 최고위급 인물이다.
수집된 상아는 주로 태국을 경유지로 해서 최종 목적지가 중국인 경우가 많다. 중국은 상아의 최대 소비국이다. 전 세계 밀거래 물량의 70%를 중국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젓가락이나 책갈피, 반지, 컵, 각종 장신구 등으로 상아를 이용한다.
코끼리 멸종을 우려한 국제환경단체가 중국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자 중국 역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 세관 당국은 7일 콰이충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나이지리아에서 상하이를 거쳐 홍콩으로 들어오던 컨테이너를 단속했다. 중국과의 정보 공조로 압류한 컨테이너에는 상아 1120개와 코뿔소 뿔 13개, 표범가죽 5장 등이 들어 있었다. 모두 2266㎏으로 530만 달러(약 59억원)어치였다. 앞서 지난달에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인 2t(약 225만 달러)의 상아 밀반입을 적발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강화되면서 상아 밀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비난한다. 여기에 무기를 살 돈이 필요한 아프리카 무장 단체가 중국인에게 상아를 팔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코끼리 밀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