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反군대 시위… 아시아국가 징병제 시험대
입력 2013-08-08 18:28 수정 2013-08-08 14:36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시 총통부 인근 도로에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지난달 4일 제대를 3일 남겨 놓은 훙중추 하사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군기교육을 받다 숨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시민들은 정부를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커다란 눈동자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들었다.
대만 국방부는 국방부장을 경질하고, 18명의 책임자들을 정식 기소했다. 마잉주 총통은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는 힘들었다. 시민들은 다시 한번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번 대만 사건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만을 상징하고 있다고 CNN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대만 외에도 싱가포르와 한국 등이 있다.
당장 대만의 징병제 폐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2015년부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키로 하고 2011년부터 자원입대자 비율을 늘리고 있다. 첫해인 2011년에는 목표치 4000명 중 절반인 2000명만 채웠고, 지난해에는 1만5000명 중 4000명만 지원했다. 올해는 1만7400명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달 3일 현재 자원입대자는 1847명에 불과했다. 대만 국방부의 징병 담당자는 “훙 하사 사건으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어느 정도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징병제 폐지 계획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6만명 수준의 정규군을 보유한 싱가포르도 징병제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24개월 군복무 외에 6개월 동안 추가로 예비군으로 의무 복무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가장 길다. 싱가포르 정부는 징병제에 대해 ‘싼값’에 군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배경에 관계없는 군입대를 통해 정체성을 키우고 사회를 통합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블로그를 운영 중인 고든 리는 “징병제도는 국익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2년간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싱가포르를 이스라엘이나 한국, 대만과 비교하며 ‘작고 안보에 취약한’ 국가로 표현하는데 사실은 이들 나라는 싱가포르보다 더 큰 긴장 상황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CNN은 또 한국의 경우 연예병사제도 폐지로 이어진 최근 일부 연예 사병들의 일탈 행동이 군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복무를 신성한 국민의 의무로 여기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그동안 연예병사제도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CNN은 “군 홍보를 목적으로 연예병사제도를 만들긴 했지만 연예 사병들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군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현역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