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유탄에… 제조업·금융권 동시 타격
입력 2013-08-08 18:16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의 투자부진과 자금난, 금융권의 부실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의 불투명성으로 설비투자를 줄일 예정인 상황에서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자금난이 심화돼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년래 가장 높아졌다. 국내 산업이 경기침체→투자감소→실적악화→채무증가→금융권 부실확산이라는 불황 공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8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내놓은 ‘2013년 하반기 설비투자 제약요인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68조4198억원으로 지난 상반기(71조5035억원)보다 4.3% 적다.
기업 설비투자 규모는 2010년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0년에는 금융위기 정상화 과정에서 미뤄졌던 투자가 한꺼번에 확대되면서 그해 2분기 증가율이 28.5%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악재 부상으로 2011년 4분기(-1.1%)까지 수직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10.6%)에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2분기 이후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올 1분기에는 -14.3%까지 추락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하반기 설비투자는 글로벌 금융불안 요인으로 인해 투자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와 해외시장 위축이라는 난제를 겪고 있는 건설과 조선·해운업 등은 투자 부진은 물론이고 자금 사정도 취약한 상황이다.
당장 이들 업종으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 부실채권비율이 1.73%로 2011년 6월 말(1.7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이날 밝혔다. 부실채권비율은 금융기관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비율을 의미한다.
조선업 부실채권비율이 전 분기 1.83%에서 6.86%로, 해운업이 1.65%에서 6.59%로 급등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비율도 13.41%로 2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들 업종의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이달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집중되면서 자금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