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81년만에 최고기온…전국, 열사병 2명 사망
입력 2013-08-09 00:24
올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8일 울산은 낮 최고기온이 38.8도를 기록해 193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울산 고사동 기상관측장비에선 오후 1시58분 수은주가 40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강릉의 아침 최저기온은 30.9도를 기록해 102년 만에 가장 높은 밤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서울도 32.8도로 올여름 최고기온을 보였다. 울진은 37.8도, 대구는 36.7도, 전주는 36.9도까지 치솟았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81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한 울산 남구 삼산동 디자인 거리는 오후 들어 휑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몰린다는 현대백화점 인근도 인적이 뜸했다. 상가가 밀집한 울산대 앞과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도 같은 분위기였다.
반면 냉방이 잘되는 음식점이나 카페, 서점 등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구의 한 제과점에선 팥빙수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구·군별로 소공원 놀이터에 조성한 이동식 물놀이장에는 열기를 식히려는 시민과 어린이들이 몰렸다.
폭염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도심 속 피서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도서관이나 은행 등 전통적인 도심 피서지는 냉방온도가 26도로 제한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올여름 가장 인기 있는 도심 피서지는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다. 생선과 유제품 등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8일 오후 서울 신공덕동 이마트 식품코너는 반바지 차림의 시민들로 다른 코너보다 훨씬 북적였다. 쇼핑할 생각이 없는 듯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어슬렁거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두부를 팔던 정모(57·여)씨는 “평소엔 혼자 장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은 가족 단위로 더위 피하러 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밖은 폭염이었지만 정씨는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반면 인근 전통시장은 한산했다. 공덕시장에선 상인들만 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었다. 2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다는 임모(51·여)씨는 “여름철엔 단골손님들도 마트로 간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 전통시장에 누가 오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
찜질방을 찾는 시민도 늘었다. 냉방시설도 잘돼 있고 벽이 얼음으로 둘러싸인 ‘아이스방’ 등을 갖춘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낙성대동의 한 찜질방을 찾은 주부 서순자(58)씨는 “여기만큼 시원한 곳도 없다”며 “주로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1∼4시에 온다”고 말했다.
폭염에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이어졌다. 7일 오후 충북 영동군 심천면 난계국악기제작체험장 공사장에서 일하단 김모(54)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같은 날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동 한 아파트 텃밭에서 일하던 주민 박모(65)씨도 폭염에 쓰러진 뒤 숨을 거뒀다.
폭염이 이어지자 대구시교육청은 초·중·특수학교에 2학기 개학일을 늦추도록 조치했다.
이용상 전수민 기자, 울산=조원일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