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거침없는 개혁 이번엔 비효율 척결… ‘베이다이허 회의’ 제동 걸어
입력 2013-08-09 00:16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맞아 매년 여름 당 전·현직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온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수술대에 올랐다.
반부패 드라이브와 함께 사치풍조 척결을 앞세워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를 빙자한 휴가가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비공식 회의를 통해 국가 대사가 결정되는 데 대해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지난해에 비해 격이 떨어지고 규모도 줄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5위)이 지난 5일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접견하는 역할을 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신화통신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류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위임을 받아 이들에게 안부를 물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에 직접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올해와 똑같은 8월 5일 대권을 물려받게 될 당시 시 부주석이 베이다이허에서 과학자 등 전문가들을 접견한 모습을 신화통신과 CCTV 등이 전했다. 그러나 관영 언론 보도에서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위임을 받아 그러한 일정을 수행했다는 표현은 없었다.
더욱이 작년에는 후 주석이 베이다이허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 주석이 이곳에 도착했는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당 서열 4위)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됐는데도 티베트를 순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뿐 아니라 정치국 위원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 쑨춘란(孫春蘭) 톈진시 서기 등도 지난 2일까지 자신의 임지에서 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를 축소 내지 무력화하는 것은 원로들의 입김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후 전 주석은 취임 직후인 2003년 베이다이허 회의를 취소한 적이 있으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반발에 못 이겨 부활시켰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