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재테크 원하시죠?… PB센터로 오세요
입력 2013-08-08 18:09 수정 2013-08-08 19:15
자산가들이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몰려들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등으로 절세 및 재테크에 어려움을 겪자 전문가를 찾아나선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맞선 주선’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 자산가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섰다.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김민정 팀장은 8일 “절세 상품을 상담하고 가입하는 고객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 추세”라며 “내년에도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과세 대상자가 5만여명에서 21만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가들은 앞 다퉈 절세 상품을 찾고 있지만 과거보다 비과세 혜택이 급격히 줄어들어 마땅한 상품은 많지 않다. 올 초 즉시연금 2억원 초과 가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가 발표되자 즉시연금 광풍이 불었던 것도 절세 상품 ‘흉년’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이에 PB센터들은 자산가들이 선호할 만한 대체 상품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가장 빛을 본 투자처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논의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경기 호전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미국 주식 시장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 정원기 강남PB센터장은 “현재 미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 가운데 독야청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주식 투자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상승세를 주도하는 세력이 없어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 초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채권은 일부 투자자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하다. 다만 토빈세를 폐지했고 헤알화 환율 흐름이 양호해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만하다고 PB센터들은 조언하고 있다. 분리 과세가 가능한 물가연동채 역시 향후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PB센터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상품이다.
고객이 늘자 은행들도 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바빠졌다. 신한 PWM스타센터는 지난해 인테리어부터 확 뜯어고쳤다. 상담실마다 유럽형, 한국형 등의 독자적인 인테리어를 꾸미고 고객 성향을 배려했다. 하나은행 강남 PB센터는 동양의 미를 살려 내부를 꾸몄고, 국민은행 대치PB센터는 유럽풍의 고전적 느낌을 살렸다. 와인바와 스크린 골프 시설 등을 갖춘 곳도 있다.
이벤트도 즐비하다.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고객을 고려해 단체 미팅이나 개별 맞선을 주선하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최근에는 고객의 친인척이 상을 당하면 장례물품을 지원하는 장례서비스, 자산가 자녀들의 모임을 주선하는 ‘2세대 마케팅’ 등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PB업무에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PB센터를 개설하고 공격적인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외 사무소가 많은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준일 외환은행 부행장은 “수익률 악화에 시달리는 은행들의 새로운 중점 사업 중 하나가 PB시장”이라며 “단순히 금융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투자 자문 후 수임료를 받는 자문형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