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핵심증인’ 김원홍 잡히던 날 최재원 부회장도 대만에 있었다

입력 2013-08-08 18:08 수정 2013-08-08 22:23


SK 재판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원홍(52) SK해운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지난달 31일 최재원 SK 부회장이 현지에 체류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왜 최 부회장이 대만에 있었는지, 김씨 체포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쯤 북부 지룽(基隆)시의 한 온천 시설 인근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공교롭게도 당일 오전 ‘피의자’ 중 한 명인 최 부회장이 대만을 방문했다. 검찰은 최 부회장 출입국 기록을 조회해 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김씨를 만나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대만에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전 실제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에서도 “한 달에 한두 번씩 대만으로 가 김씨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체포되는 과정이 ‘우연’이라기보다 ‘각본’에 따른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검찰 간부는 “상식선에서 이상하지 않나. SK와 김씨 간 어떤 합의는 없었다 해도 김씨 체포에 SK 측이 관여했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돌연 출국해 2년이 넘도록 자취를 감췄던 그가 항소심 결심 공판 이틀 뒤 돌연 이민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기 때문이다. 김씨는 1심 때만 해도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항소심에 들어와 최태원 회장이 “김씨가 주범이다. 나도 속았다”고 재판 전략을 수정하면서 주요 인물로 부각됐다. SK로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선고 기일 이전에 김씨를 끌어들여 기존의 재판 구도를 흔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일각에서 ‘기획 체포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SK 측은 “억측에 불과하다. 우린 그만한 능력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김씨 체포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김원홍 변수’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설혹 그가 국내로 송환돼 변론이 재개되더라도 최 회장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