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푸어 양산] 대출 70만건 25조…깡통전세 속출해도 속수무책

입력 2013-08-09 05:05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이 올 상반기 잔액 기준 25조원(7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제2금융권을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은 치솟아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도 늘면서 자칫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신용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무능한 정부 경제팀의 실효성 없는 전세 대책으로 제2, 제3의 ‘전세푸어’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총 25조5000억원, 건수는 70만9497건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1년 전(20조8000억원·62만8624건)과 비교해 건수는 12.9%, 액수는 22.8% 급증했다.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건수는 금감원이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2011년 말부터 증가세를 이어왔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동향과 연관이 깊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더라도 집을 살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은 주택의 형태나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끝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지난달 0.3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은 0.64%였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86% 뛰었다. 반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3%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와 전세자금 대출 상승세는 서민들의 신용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택 감정가격이 낮아지면서 최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에 근접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경락률을 초과할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전세대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전세가율이 경락률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에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전세푸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