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계천 기습폭우 관리 시스템 개선 시급하다
입력 2013-08-08 18:32
인명 사고와 물고기 떼죽음 방지 위해 필요
서울 청계천에 기습폭우가 내리면 시민들이 고립되고 물고기들이 떼죽음당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비가 내리면 청계천으로 방류하는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오·폐수가 유입되고 청계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인명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 5일 서울 시내에 기습적인 소나기가 내린 이틀 뒤인 7일 청계천에 물고기 4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모습이 공개됐다. 순식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자 오수를 걸러내는 관이 하수처리 용량 부족으로 비에 섞인 오염물질을 하천으로 흘려보내면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청계천 물이 불어나면서 산책하던 시민 13명이, 2011년 7월에도 12명이 소나기로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청계천은 구조상 이 같은 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 청계천 양쪽 도로 밑엔 박스관이 있고 관에는 생활하수가 흐른다. 청계천은 15분에 3㎜ 이상 비가 오면 주변 지역 침수 방지를 위해 석벽에 설치된 수문 249개가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 빗물과 오·폐수를 동시에 처리하는 합류식 하수도가 오수의 원인이 되고, 피해를 막기 위한 수문이 오히려 물대포로 바뀌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기상이변이 늘면서 예보에도 없는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고 있어 청계천에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청계천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인명피해가 나기 전에 안내방송 등 경보 시스템 및 긴급대피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고기 떼죽음을 막기 위해 하수도 구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청계천 하류 2곳에서 물을 가로막는 ‘보(洑)’ 역할을 하는 하수도 차집관거(생활하수 등 오수 처리용 관로)의 높이를 하천 바닥 수준으로 낮춰 유속을 높이는 작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주변 지역이 침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문이 열리는 시기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남 지역과 목동 등 신도시처럼 생활하수와 초기 빗물 등이 흐르는 관을 따로 만들고 저류소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제고돼야 마땅하다. 폭우가 내릴 때 청계천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는 행위 등을 자제하고 대피방송 등 통제에 따라야 한다. 안전불감증은 항상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차례 사고에서도 입증됐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보다 나부터라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