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확대와 함께 조세부담률도 올려가야

입력 2013-08-08 18:19

기획재정부가 8일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놓은 조세정책 방향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는 내용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의 조세정책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표방하고 국정과제 지원, 저소득층 지원에 초점을 맞춘 국민 중심의 세제 유지, 세입기반 확충 및 과세 형평성 제고 등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박근혜정부는 공약가계부를 발표할 정도로 공약 실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세제도 국정과제를 유념하고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중심의 세제 운영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폭을 늘리고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 하겠다.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간 비과세·감면 제도는 그때그때 적당히 도입, 실시되는 바람에 누더기 세제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으나 이번에 정비가 이뤄진다면 세원 투명성 확보는 물론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처음으로 추진된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서 보면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부 교단이나 대형 교회 등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 교회 성직자의 경우는 과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밥벌이를 위한 근로가 아니라 성스러운 하나님 사업에 참여하는 성직자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사회적 배려와 법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새 정부는 중장기적 세제 운용에 대해 공약에서 강조해온 대로 가급적 증세를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세부담률의 경우 지난해 20.2%를 2017년까지 21% 수준에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세율 인상, 세목 신설을 피하고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매년 늘어나는 복지수요 등을 감안하면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낮은 것은 소요재원 확보에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4.6%로 우리나라의 수준을 크게 웃돈다. 중장기적으로 복지 지출을 확대하자면 필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올려가야 옳다. 정상적인 복지 수요·지출 구조를 유지하자면 국민들을 설득해서라도 세 부담을 매년 조금씩 늘려가야 할 텐데 이번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는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