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까지 가세한 한여름의 핑퐁게임
입력 2013-08-08 18:07
한쪽이 제의를 하면 다른 한쪽이 역제의를 한다. 역제의를 받은 쪽은 조건을 붙여 새로운 요구를 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의하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3자회담을 주장한다. 이에 청와대는 양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5자회담을 거부하고 양자회담을 다시 제안했고, 새누리당도 3자회담 카드로 맞불을 놓는다. 돌고 돌아 결국 원점이다. 끊어졌던 남북대화도 재개되는 판에 어찌 된 노릇인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만남이 남북회담 성사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청와대와 여야의 지루한 핑퐁게임에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8일 전북 전주, 9일 충남 천안 등지에서 집회를 가진 뒤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제2차 범국민보고대회를 연다. 특히 범국민보고대회 후 열리는 시민단체 주최 촛불집회에도 참석한다는 계획에 따라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대화를 제의하면서 대규모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제의의 진정성을 의심받기에도 충분하다.
민주당 김 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만남을 제의했다. 그게 진짜 이유라면 왜 그토록 양자회담에 집착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대통령과 물밑거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3자든, 5자든 만나서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게 중요한 것이지 형식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지엽말단적 문제로 벌이는 이전투구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열쇠는 청와대가 갖고 있다. 새누리당 황 대표의 3자회담 수정제의로 여야 간에 공감대가 이뤄져 가는 분위기 속에 느닷없이 5자회담 역제의로 문제를 풀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든 장본인은 청와대다. 이로 인해 여당 대표 체면 또한 말이 아니게 됐다. 민주당은 양자회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3자회담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양보가 정국을 푸는 첫 단추다. 5자회담에 집착할수록 박 대통령의 부담 역시 가중된다.